Johannes Brahms - Waltz '봄에 하얀 나비를 보면 그 해에 가족이 죽는대'. 나는 이 말을 듣고 간절히 바랐다. 그 자가 죽기를 말이야. 어머니도, 형도, 동생도 아닌 그 작자가 죽기를. 불행에 얽힌 속설이라 그러는지, 봄에 하얀 나비를 보는 일은 어려웠다. 요즘 나비가 어디에 날아다닌단 말이며, 하얀 나비는 더더욱 보이지 않는 것이다. ...
내가 18살일 때 일이야. 지금 와서야 후회하는. 치자꽃을 알아? 향이 정말 좋아. 기회가 된다면 한 번 맡아봤으면 좋겠다. 사실 나도 딱 한 번 맡아봤어. 아주 어릴 적 갔던 절에서 말이지. 담벼락 쪽에 하얀 꽃이 피어있었는데, 물어보니 치자꽃이라고 하더라. 그 날 절을 떠나기 싫을 정도로, 그 향기는 내게 각인되었어. 그 이후로 치자꽃을 보는 일은 없었...
우리는 시대의 사람들. 정체하는 사고 속에서 나는 여기 남아있는데 시대는 나를 버립니다. 우리는 윗 세대를 잡아먹고 태어나 아랫 세대에게 잡아먹힐 운명. 살고자 발버둥쳤으나 우리는 시대의 사람들이기에, 꽉 막힌 도로에 갇혀버렸소. 차가 막힌 것이, 시대에 갇혀버린 것이 내 탓만은 아닐텐데. 저어기 경찰은 나를 잡으러 옵니다. 저어기 사자도 나를 잡으러 옵니...
좋았어. 편하고, 나른하고. 구워진 불판의 불씨를 빤히 쳐다보다 그 위에 올려진 고기를 보며 입맛을 다셨어. 평범한 일상을 열심히 누렸어. 사실, 이대로도 좋다고 생각했어. 나의 세계는 꽤나 평화로웠고 이대로 눈만 감으면 안식에 빠질 수 있을 것 같아서. 부딪치는 술잔과 이런저런 일상의 이야기들. 마음 한 켠에는 지워지지 않을 불안이. 그래, 나도 알아. ...
사탕 껍질을 곱게 포장하는 버릇을 배웠다. 우스운 일이지 껍질을 준 것은 너였는데 불안해 하는 건 나였으니. 실은 잡았을 때부터 가벼웠으니까. 내 것이었던 적이 없으니까. 비로소 내 손 안에 쥐어졌다고 생각한 것이 껍질이었으니까. 나는 내 불안의 원인을 아주 잘 알아. 너에게서 배운 버릇은 사람을 끌어당기는 대신 세상에서 멀어지게 했고 결과는 뻔했다. 너는...
절망과 체념이 일상이 된 사람들이 있을까. 새삼스러운 말이지만, 절망을 학습하는 법은 처참하다. 몇년 전, 같은 방을 쓰던 선배가 고등학교 2학년 때 한 선생님께 들었다며 말했다. '사람이 너무 곧으면 부러진다더라.' 나는 그 말을 듣고 조용히 동의했어. 어쩌면 나도 부러졌을까, 해서. 똑같이 나는 고등학교 2학년, 친하게 지내던 선생님과 이야기를 했어. ...
오랜만이야. 오랜만인가. 무의식을 기억하지 못하니 나는 알 수가 없다.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어. 핑계를 대자면 바빴다고 해야할까. 여유롭진 않지. 올해는 촛불을 켜지도, 끄지도 못했네. 이젠 네게 무슨 말을 해야할지도 모르겠어. 여전히 생은 지루하고, 따분하고, 우울하고, 또 질리지. 나는 이 상태에 머물러 있는데 너는 진작 탈출했다는게 부럽기도 해. 물론...
많은 생각들을 했어. 낡은 수첩과 정갈한 만년필 글씨. 오래된 가죽냄새와 빛줄기에 부유하는 먼지들. 과거 속에서 질식하고 싶었다. 내가 아는 것은 오직 지나간 것들뿐이었으므로. 턱 끝까지 잠겨오는 지난 날들이 사실은 나를 살려냈으므로.
오늘의 서러움은 붉은색이다. 눈시울이 아려온다. 눈물은 태어나고자 하였으나 내가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너의 탄생은 나의 수치란다. 코 끝이 아려온다. 나는 숨을 쉬고 싶었으나 그것이 탄생을 거부하였다. 내게 살지 말으라 소리쳤다. 핏물 고여 잔인하게도 서러운 날, 적막은 목을 압박하고 외로움은 순간을 관통하여. 오늘의 서러움은 붉은색이다.
유난히 구름 많던 밤, 달빛이 사이로 쏟아지면 너와 나는 그 빛물에 흠뻑 젖어 복숭아같은 웃음을. 평화로움에 눈을 감고. 그 무엇도 확신할 수 없는 흐린 하늘 아래, 잠시 복사꽃 가는 길 배웅하고 왔노라.
뜨거운 열기 아래 우리는 형상을 유지할 수가 없었지 서로를 직시할 수 없었다네 너는 너의 방향으로, 나는 나의 방향으로, 우리는 스스로 직진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서로를 탓했지만 세상이 뒤엉켜 휘어버린 것은 우리의 탓이 아니었어 뜨거운 열기 아래 숨이 막혀 죽겠다면서도 아득바득 올라가려 했지 우리는 얼마나 더 일그러져야 하는 걸까 뜨거운 열기 아래 우리는 잘...
허상을 사랑하지 존재했었는지도 의문인, 죽어버린 너를 사랑스럽다고 생각하지 태어난 날을 모르니 죽은 날이라도 축하해야지 봄의 숨결도 안 보이는 입춘에 너는 죽어 나는 그 추운 바람을 기억해 작은 케이크에 초 하나 꽂아놓고 실은 성냥에 붙은 불에 시선이 더 가네 허상을 사랑하지 내가 죽인 너를 사랑스럽다고 생각하지 그래서 나는 울어줄 수가 없다 살아있는 자에...
푸른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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