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엔 구름이 예뻤던 밤에 나무의 무수한 잎사귀 사이로 환한 달빛이 은은하게 내게 스며들었어 아름다웠지 낭만의 한 장면이었어 달빛을 이루는 색만큼이나 가득했던 이야기와 생각들 불안한 청춘 사이에서 그 날은 평화가 내 눈을 감게 했어 정의되지 못한 추상들을 무작정 내뱉고 어두운 청람색을 가진 밤하늘에 취해 나무에게로 헤실헤실 다가갔어 아아, 달빛이 너무 ...
비가 추적추적 내려 추적추적, 추적추적 가끔씩은 생각을 해 장화를 신고 나가서 온몸 흠뻑 적셔지는 빗물만큼 서러운 날 언젠가 어린 순간엔 비는 옥황상제 눈물 슬픔을 견디지 못한 통곡을 우리도 받아 그래서 비오는 날은 슬프다고, 생각했어 지금도 종종 생각나 쏟아지는 비 사이로 나는 비릿한 냄새들 핏물처럼 잔인한 날 비가 추적추적 내려 추적추적, 추적추적
조그마한 바람에도 쉽게 휘청이는 나는 나약한 사람인가보다 귀를 스치는 낙엽소리가 번개치는 천둥소리로 퍼져 몸을 부들부들 떨게하니까 내가 이렇게 고통스러워하는 것은 열심히 살지 못한 지난 날들의 죗값일까, 그 무엇하나 나를 위하지 않은게 없다는데 어째서 나는 심연으로 끌려가는지 모르겠다 올해의 장마는 조금 많이 긴 것 같다
반복해서 꾸는 꿈이 있어 실체도 기억도 없지만 상영되면 알아차리는 그런 꿈 색깔은 붉은색과 검은색이 어울려 소리는 잔잔하되, 질퍽해야해 동선은 그냥 순환하면 되고 그래... 그런 느낌이야 막상 모른다고 할 수는 없는데 나는 계속 모른다고 말하지
방금 테이프를 쓰고 책상에 놓았는데 다시 보니까 없더라고 내가 감촉을 느낀 물건이 당장 사라지는게 말이 되는 일일까 몇번을 눈을 꿈뻑였어 보이지 않아 손을 뻗어 더듬었어 잡히지 않아 괴리라는 단어는 이런 걸까, 내가 잠깐 꿈을 꾸고 망상을 한 걸까, 하지만 방금 메모지에 붙인 테이프는 선명해 이건 증거고 흔적이야 불확실한 내 인식을 증명해주는 한참이 지나서...
전체의 빛이 내 시야의 색깔을 감싼다면 그건 축복인가요 전체의 빛이 내 영혼을 빼앗아 나눈다면 그건 자비인가요 전체의 빛이 내 시야의 초점을 바꾼다면 그건 혁명인가요 전체의 빛이 내 몸뚱일 붙잡아 힘준다면 그건 격려인가요 전등이 수명을 다하면 빛과 어둠을 구분하지 못하게 되네요
오랫동안 아파왔다면 그것은 병(病)일까, 생(生)일까 나는 오랜 삶의 발자국만큼 시절이 나의 생이었다네 과거가 내 모든 것을 차지하려드는 것은 너무도 분하지만 나는 결국 잡아먹힐 것을, 그 역시도 이 순간에 선명히 깨달았다네 그대여, 당신이 내 과거에 살아서 다행이야 나를 씹어삼키는 것이 당신이라 서럽게도 고마워 오랫동안 아파왔다면 그것은 병일까, 생일까 ...
쉽게 질리는 버릇이 나를 죽이려든다 내가 사랑하는 이를 사랑하지 않게 되는 것만큼 슬픈 일이 있을까 그 기간은 매우 짧아 슬픔의 밀도가 큰가보다
서리 낀 창문에 피어나는 꽃들 꽃들을 뭉개는 손가락에서는 뽀득한 소리 눈 밟은 마냥 아스라지는 소리 해는 저물고 다시 꽃이 피어날 때 죽은 꽃들 이어다 사랑을 그리면 그 투명한 창에서 당신 모습이 보일까해
긍정적인 것들은 날 살리지 못하는데 부정적인 것들은 이리 쉽게 날 죽이니 이상한 일이다 열심히 살지 못한 하루와 신념에 반하는 일상, 스스로를 갉아먹는 회의 이 모든 것들을 이겨내지 못하는데, 이 모든 것들이 실은 너무 복잡한 것인데, 글이 쉽게 써져 부끄러운 일이라는 동주의 말이 맞다 상황은 다른데 그래도 감정을 인용한다 오늘도 내 신념이 나를 죽인다
파란색은 죽음을 상징 오랜 바다처럼 하늘처럼 심해에 빠지거나 허공을 떠돌거나 보라색은 죽음을 상징 푸른 혈관과 붉은 피가 비로소 합쳐져 입술을 물드노나 햇빛은 죽음을 상징 볼 수 없음에 모든 색을 가졌으니 나의 빛을 모두 가져가소서
가끔 두려울 때가 있어 내 입에서 살려주세요- 라는 말이 나올 것 같은 두려움 미쳐버린 나를 보고 수군거리는 사람들 병원으로 이송되고 남은 자리에는 수많은 덫들이 다시 돌아온 나를 물어뜯기 위하여 그러니 심장이 상자 속에 갇혀도 자물쇠를 걸어잠가야지 숨이 나를 잡아삼켜도 소화제를 선물해야지 내가 두려운 것은 눈- 그 수만큼 몸을 조각내버리는 그 눈들
푸른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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